2024 새해선물 🌼 '수지맞은날' 이벤트

2024. 1. 31. 13:26일해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입니다. 

1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이번 주 월요일에 진행한 따끈따끈한 이벤트 소식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전 포스팅(2022 연말선물 🍋Give and Take/🔗)에서 저만의 연말 행사가 있다고 말씀 드렸었고, 올해도 할지말지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는데요. 2023년 연말은 잔여 휴가 소진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섬으로 여행을 가게 되어 딱히 시간을 낼 수 없었고 부득이 2024년 새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게 '수지맞은날' 이벤트가 된 이유는 전 인원에게 모두 선물을 제공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기에... 나름 소소한 이벤트로 단 7명에게만 당첨의 기회를 드리게 되었답니다. 

 

 

 

 

저는 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꽃다발을 사는 건 별로 안좋아하고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할 때부터 종종 꽃시장에서 꽃을 사와 화병에 꽃꽂이를 해두는 걸 나름의 인테리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요즘은 하우스 재배가 많긴 하지만, 계절마다 다달이 주력 꽃이 바뀌면서 꽃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근사한 일이고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활기를 띄는 시장 상인들의 활기도 신선하더라구요. '꽃, 그거 시드는 거 뭐하러 사냐'는 사람도 많지만 축하하는 자리, 애도하는 자리에 꽃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식물이 모든 전력을 쏟는다는 점과, 꽃을 구매함으로써 사람이 꽃의 가장 아름다운 찰나를 가져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물멍도 불멍도 아닌 꽃멍을 즐기곤 하죠. 

 

 

 

 

그러니 저의 인스타그램에도 종종 꽃에 관한 피드가 뜨지 않았겠어요? 그리고 어느 날, 저렇게 예쁜 꽃다발을 보고 마음이 동했습니다. 아, 오랜만에 꽃시장엘 가야겠다. 마침 팀원 중에 생일인 사람도 있고 축하할 일이 있으니 몇 송이는 집에 꽂아다두고 몇 송이는 꽃다발로 만들어서 선물해야지! 라는, 또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는 나란 女.

 

 

 

 

그래서 결심한 다음날에 바로, 고속터미널 꽃시장으로 달려갔답니다. 요즘 졸업식이다, 한파다 해서 꽃값이 어마무시하게 올랐다는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이쁜 생김새에 홀려 과소비를 하지 않도록 꽃 종류도 몇 가지 골라두고 갔어요. 제가 방문한 시간은 토요일 10시 40분. 알고 있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서울 권역 내 꽃 도매시장은 양재 꽃시장/고속터미널 꽃시장/남대문 꽃시장 정도가 있는데요. 모두 일요일에는 문을 닫습니다. 운영하는 시간도 밤 11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만이라 제가 도착한 시간대에는 전문적인 꽃 소매상보다는 일반인들이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는 이른 퇴근으로 점포가 문을 닫은 경우도 있고, 곳곳에 꽃이 비어있는 곳도 있답니다. 

 

 

🚩 고터 꽃시장(생화&조화&부자재)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 194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3층)

 

 

 

 

 

 

일단, 사려고 했던 꽃이 어느 정도의 금액대로 판매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바퀴를 쭉 돌았습니다. 역시나 예상하지 않았지만 마음을 홀리는 꽃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꽃을 사야할지, 어떤 색상으로 꽃다발을 완성할지, 계획해두지 않았다면 저는 충동구매로 산 꽃들을 다 가지고 돌아오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번뜩. 도매상이 빠지고 난 후는 복도도 조금 한산한 편이고, 저처럼 목소리 작은 사람이 '사장님, 망고튤립 한 단 주세요'라고 얘기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점포 문 닫을 준비를 하는 사장님들이 끌차를 끌거나 바닥 청소를 하고 있는 곳이 더러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하는 건 매 한가지.

 

 

 

 

 

하지만, 계획했다고는 하나 완벽하게 구입하기까지 1시간 반 걸린 건 비.밀. 제가 도착한 게 10시 40분이었으니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면 폐점시간을 넘겼단 소리가 맞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이곳저곳을 돌면서 상태가 좋은 꽃을 찾았고, 가격도 비교해야 했으며, 오랜만에 새로 나온 꽃들이 염색 꽃인지 종류가 있는 꽃인지 물어보고, 사장님들과 꽃이 이쁘다 네가 더 이쁘다 사담도 하고 하느라 사는 데까지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읍죠. 근데 이건 뭐 당연한건데. 꽃 다 사고 나니 생화 매장은 한두곳씩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자리를 조금 옮겨 부자재 매장으로 가서 포장지도 고르고, 리본도 고르고, 색깔도 맞춰보고 했으니 꽃시장에서 한두시간 보내는 건 약과라구요.

 

 

 

 

 

이 많은 포장지와, 이 많은 리본(저것도 리본 한종류일 때 색상이고 옆에 X60정도 있음) 중에 우아하고 깜찍한 걸 고르는 게 일반인에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나요, 여러분? 그리고 저 꽃다발 만들기도 원데이클래스 한 번 배운 것 뿐이라 이런데선 결정장애 온다구요. 진짜 다 이쁘고 잘 어울리는 걸 어떡함미까. 암튼 현대데코에서 색상이 어여쁜 플로드지II와 리본 굵은 거, 얇은 거 하나씩 사들고 모든 결제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옵니다. 팔에... 이미 알이 배겼는지 저립디다. 앞으로 만들어야 할 꽃다발이 두 개, 집에 꽂아둬야할 핸드타이드 꽃꽂이가 한 개, 남은 꽃들로 미니 꽃다발 만드는 건 예상 안되지만 여러 개가 된다고 하면 벌써 팔이 아프면 안되는데ㅠ

 

 

 

 

 

 

제가 산 꽃이 어떤 종류인지 궁금하셨죠? 핑크&살구톤 거베라 3종, 연노랑 거베라, 마가렛, 망고튤립을 각 한단씩 구매했습니다. 일단, 꽃의 잎과 끝단을 정리하고 시원한 얼음물을 받아 물올림을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꽃집에서 구매했던 꽃들은 모두 제가 방금 방문한 꽃 도매시장에서 1차 구매되어 꽃집 사장님에 의해 물올림을 받은 상태라 꽃다발이 며칠동안 최상의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거랍니다. 얼음물에는 식초 한두방울을 떨어뜨려 주거나 여름철일 땐 락스를 아주 약한 농도로 희석해주면 줄기에 남아있던 오염물과 균이 사라져서 꽃이 조금 더 싱싱할 수 있을 거예요. 

 

 

 

 

 

한나절 꼬박 시원한 물을 쭉쭉 들이키고 이리저리 치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싶으니, 다음날 제대로 된 꽃 작업을 시작해봅니다. 거베라는 유난히 싼 종류가 있다 싶었더니, 벌써 고개가 푹 꺾이는 아이들이 있어 사진처럼 꽃철사로 조금 감아뒀어요. 근데 뭐, 거베라 특성상 줄기에 비해 머리가 너무 무겁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어 결국 댕강 잘랐답니다. 그 사진은 마지막쯤에 보여드릴게요. 

 

메인이 될 거베라와 튤립을 한 송이씩 쥐고 '꽃의 얼굴'을 만들어 봅니다. 꽃다발은 줄기를 사선으로 돌려 동그란 얼굴을 만드는 '스파이럴형'과 단면형 얼굴을 만드는 '직선형',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줄기가 약하기로 소문난 튤립을 구매한지라 오늘은 무조건 직선형으로 꽃을 쥐었습니다. 핑크를 싫어하는 저로써는 '거베라, 너는 핑크가 아니라 살구색이야'라고 자꾸 말을 걸면서 색감과, 꽃송이의 덩어리감을 생각해 요리조리 배치해봅니다. 

 

 

 

 

올망졸망 남은 꽃들로 미니 꽃다발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후부터는 모양을 잡은 꽃들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물티슈를 감고 봉투를 만들어 씌워 물처리를 해줍니다. 묶어둔 끈이 불안정해서 꽃테이프로 한번 더 감아줬어요. 직선형으로 꽃다발을 만들고 나면 물처리를 하기가 용이해서 꽃다발을 만들고도 꽃이 바로 시들지 않아 좋습니다. 

 

그으래... 여기까진 어떻게든 했어... 그럼 이제 포장을 해야하는데, 포장은 원데이 클래스 배울 때도 선생님이 도와주셨는데 어떡하냐. 이럴 땐 릴스의 도움을 받습니다. 포장지에 가위만 대면 일자로 쭉쭉 잘 자르는 전문가들과 달리 저는 왜 이리 가위가 휘는지. 솔직히 여기부턴 정성이고 뭐고 내일 출근할 때 들고 간다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달립니다. 용두사미는 여기에 딱맞말입니다.

 

 

 

 

휘뚜루마뚜루 미니 꽃다발 포장 끝. 부직포로 모양 잡아서 꽃다발 얼굴 아래에 슬쩍 대고, 부직포로 한번 감싸고, 플로드지도 비슷한 크기로 잘라서 포장 해줍니다. 엉망이라도 어여쁜 리본이 마무리해줄겁니다. 이럴 줄 알고 리본도 꽃 색깔에 어울리게 굵은 거 하나, 얇은 거 하나로 샀엉. 겹쳐서 리본을 스윽 묶어주면 끝.

 

 

 

 

집에 대충 한 다발 화병에 꽂아두고. 

 

 

 

 

대량생산 중반부. 아래에 플로드지 한 번 더 감아야 되는데 여기서부턴 내 눈이 감기기 시작.

 

 

 

 

되었다. 제군들. 내일 나와 함께 찬 바람을 뚫고 IFC로 함께 출근하세. 

 

 

 

 

 

아까 본인의 머리 무게를 버티지 못했던 거베라-대두/의지박약 친구는 미모사 아래에서 피어난 아이처럼 참형하여 꽂아두었습니다. 신기한 건,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까지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이제, 꽃다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볼까요?

 

 


 

질문 1. 월요일인 오늘, 나는 우울하다. 왜?

답 1. 헬요일이어서, 라고 대답한 익명의 신뇽님.

 

질문 2. 나흘 후면 2월, 나는 이런 기분이다. 

답 2. 수습기간 끝이다...☆, 라고 대답한 익명의 나인테일님.

 

질문 3. 당첨 선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이것일 것 같다.

답 3. 거베라 한송이, 라고 대답한 익명의 메타몽님.

 

질문 4. 나는 오늘 상의가 이 색상이다. 무슨 색?

답 4. 무지개떡색, 이라고 대답한 익명의 마자용님.

 

질문 5. 나는 사내 OO님과 친해지고 싶다. 누구?

답 5. 대표, 라고 대답한 익명의 냐옹님.

 

질문 6. 올해 연말정산을 뱉을 것 같다 vs. 받을 것 같다.

답 6. 받을 것 같다! 조금이지만... ㅎㅎ, 라고 대답한 익명의 팽도리님.

 

질문 7. 마지막은 선착순,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빨리 쓴 한 분!

답 7. 신묘장구대다라니경, 이라고 2초만에 써준 익명의 슈륙챙이님.

 


 

 

 

 

모든 임직원을 위한 선물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개인의 여력을 빌려 진행한 이벤트인지라 소규모 인원에게만 당첨 기회가 갈 수 밖에 없었던 점을 모두가 이해해주리라 생각합니다. 꽃은 뿌리와 줄기, 잎사귀 중에서도 가장 연약합니다. 진화를 했다면 골백번은 더 튼튼하게 진화했을텐데 참 이상하죠? 번식을 위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지만 사람의 손길 한 번에, 햇살 한 줌에, 정말 쉽게 짓무르고 생기를 잃어버리잖아요. 그래서 저는 꽃을 선물하는 사람도, 꽃을 받는 사람도, 꽃을 해치지 않기 위해 가장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이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짧은 순간 꽃망울을 들여다보며 조금은 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