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연말선물🍋 Give and Take

2023. 9. 14. 16:04일해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입니다.
 
저는 저만의 연말 행사가 있는데요.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한 단체 선물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삼아인터내셔날로 이직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취미이자 습관 중 하나로, 전자파를 차단하는 데 좋은 다육식물 화분이나 향초, 바질 페스토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함께 일한 동료들에게 선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8명, 10명 단위이던 것이 삼아인터내셔날로 이직하고 동료가 곱절로 늘어나면서 올해는 대체 몇 개를 제작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앞서네요. 2023년 올해 연말에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기억을 남기는 의미에서 2022년 12월에 선물한 사진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MBC <나혼자산다>에 샤이니 키가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로 딜버터를 만들어서 선물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어요. 그 이후로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딜버터 만들기 좋은 프리미엄 버터'들이 자꾸만 뜨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리즘이란 그런 것입니다. 처음엔 얘가 내 검색기록을 어떻게 알았지?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엔가 아직도 이걸 안샀냐고 눈치를 주는 것만 같은 그런 기술.
 
 

 
그렇게 가스라이팅이 되어서 어느 순간 딜버터를 만든다면 이 버터를 사야겠다고 스크린샷을 찍어두고, 그게 계속해서 사진첩 상단에 뜨면서 이걸 꼭 해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번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포장지를 검색해보았어요.
 
 

 
회사와 가까운 곳에 더현대 금옥당이 있는데, 손가락만한 양갱 포장해주는 비용이 엄청 비싸더라구요. 복지몰운영사업부 답게 원자재만 최저가로 검색해서 수백장의 원단 중에 적절한 색상을 고르고 주문을 마쳤습니다. 레몬 딜 버터를 만드는 재료보다 포장지 배송이 더 빨랐고, 그래서 저는 나날이 더 쫄리기 시작...
 
 

 
레몬과 딜과 버터도 도착. 다 배송이 오고나니, 아 나는 빵을 안좋아하는데... 상큼한 버터를 만들어서 무얼하나... 아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나만의 이벤트니까... 상온에 버터를 왕창 녹이고 딜 줄기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라내고 레몬을 베이킹소다로 깨끗하게 씻어낸 후에 물기를 다 말려서 껍질만 갈아내는 지난한 작업을 시작해보기로 합니다. (식품은 반품이 안됩니다. 사실 그래서 했습니다.)
 
 

 
먹을거니까, 최대한 위생적으로 신속하게 만들어야하는데 밤 12시에 레몬 껍데기 깎아내면서 제가 했던 생각은 불온합니다. 사실 제가 사과도 잘 못깎아요. 집 앞에 과일 장수가 와서 사과랑 배가 맛있다고 추천해주셔도 귤만 사는 사람입니다 제가. 근데 울퉁불퉁 레몬을 흰 부분 최대한 없이 껍질만 깎으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레몬은 또 어찌나 잘 익었는지 얼굴에 과즙이 튀고 눈이 시려서 내가 너무 고오급 버전을 도전했구나 후회와 참회의 시간.
 
 

 
아직 안끝났어요. 다져야돼요. 저거보다 6배는 더 많이.
 
 

 
녹은 버터에 모든 재료를 다 쏟아넣고 잘 섞어서 모양을 잡고 유산지에 싸서 하루 정도 냉동해야하는데 그 사진은 없네요. 많이 지쳤었나봐요... 어쨋든 소분합니다. 아, 다이소에서 구입한 저 플라스틱 반찬통은 재고가 없대서 이틀 연속으로 주문하고 방문해서 가져와서 또 씻고 말리고... 이거 도전하지 마세요 여러분.
 
 

 
촬영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네요. 이제 포장해야죠. 이 사진은 있는 걸 보니 여기서부터 정신을 다시 차린 듯합니다. 정신차려, 너는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다.
 
 

 
포장 어떻게 했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크리스탈 보자기 가운데에 레몬 딜버터 용기를 넣고 머리채 휘어잡듯이 모든 꼭다리를 잡아서 고무줄로 칭칭 묶어서 뽕만 살려주면 됩니다. 그렇게 쉬워요. 금옥당 포장비 나빠요. 아, 물론 저는 가장 이지-한 버전으로 적용한거라 금옥당의 손기술을 가진 직원들과는 클라스가 다릅니다.
 
 

 
자 얘들아, 나랑 같이 IFC로 가자.
 
 

 
인스타그램에는 조금 더 밝고 맑고 청초하게 보정해서 올렸었네요. 연말연시 인사와 함께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까지 전부 써두었는데 혹자는 계란찜인줄 알았다, 오늘 햇반만 사와서 먹으려고 했는데 아쉽다, 딜은 무어고 버터는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동료들이 많았지만 어쨋든 저는 하나씩 다 돌렸으니 미션 컴플리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이벤트와 선행은 저만 하는 건 절대 아니랍니다! 대표님도 해가 바뀔 때마다 책 한권과 미니 케이크를 선물해주시구요, 저희 팀원은 외삼촌이 직접 재배한 과일을 깜짝 선물해주기도 하구요, 더현대 나이스웨더에서 올드페리도넛을 사다주기도 하구요, 답례로 마카다미아가 듬뿍 들어간 쿠키를 직접 구워온 동료도 있고, 레몬 딜버터가 너무 맛있었다는 쪽지와 함께 달달한 노티드 케이크를 선물받기도 했어요. 원래 연말의 분위기는 그런 거잖아요. 날씨는 춥고 삭막해도 훈훈한 온풍이 부는 것 같은. 삼아인터내셔날은 폭풍 같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러고 놀아요 :)
 
2023년도 벌써 9월,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챙기면서 너무 팍팍하지만은 않은 직장생활과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