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IFC에서 YDP 타임스퀘어로 이사하기🚚(축)

2024. 5. 9. 14:00일해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입니다.
(소리 벗고!) 드디어 삼아인터내셔날의 이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신발 질러!).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라는 초프라임급 사무실을 떠나 저희가 어디에 새 둥지를 틀었는지 모두 너무너무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두둥, 이제부터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출입증이 백화되도록 열일했더랬지...

 

 


삼아인터내셔날 채용 공고에는 얼마 전까지 '남다른 뷰 맛집'이라는 문구가 있었답니다.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구름과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지상에서 보면 아득하기만 했던 Three IFC 28층에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YDP Life를 시작합니다. YDP가 무슨 뜻이냐구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영등포의 줄임말이랍니다. 사실 사무실 이전이 공론화된 것은 오래 전 일이긴 한데요. 급격한 사세 확장으로 인한 공간 확보의 필요성과 임직원 편의 향상을 위해 적합한 선택지가 아주 많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전이 확정되고난 후 일정을 확보하고, 공간의 완성도를 위해 정신없이 구상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어요. MR사업부에서는 인터넷과 유선전화 회선 세팅을, 경영지원본부에서는 이삿짐 목록 정리와 출퇴근 기기 세팅을, IT개발팀에서는 신규 입사자를 위한 추가 기기 장비 세팅을 일정 내 차질없이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우리 진짜 이사 갈 수 있는 거예요?'가 반장난의 아침 인사였을 정도로 까마득해 보이던 일이 마법처럼 착착 마무리 되었답니다. 
 
공식적인 이삿날은 2024년 4월 9일~11일이었지만, 포스팅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실 각 팀에서 이사 후 즉시 정상근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 것은 사실이지만 '진짜 우리의 공간'을 완성하는 데는 한달 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는데요. '임직원에게 최고의 것만 주고 싶은' 대표님의 염원과, 그 바람을 현실화 시키려는 디자인팀의 잔업이 남았기 때문이었죠.

 

 

안녕, 진짜 안녕.


 


이제와 고백합니다만... 여의도 IFC는 24.9%라는 방송사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눈물의 여왕>에도 배경으로 등장할만큼 럭셔리하고 그럴싸한 공간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답니다. 극 중 '퀸즈 그룹 퀸즈 백화점'의 본진으로 나오는 더현대와 가깝고 통유리로 지어져 번쩍번쩍하는 미래적 건축 디자인으로 휘황찬란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무시 못할 어마무시한 물가를 한껏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점심 한끼 식사를 마치고 나면 1인당 식비가 적어도 1만 4천원에서 2만 7천원을 왔다갔다, 그것도 회식 등으로 조금 더 고급진 다이닝을 경험하려면 '법카가 당연한 이 동네에서 밥값은 물가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구나'라는 말은 한 때 저희의 우스갯소리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유사한 시간대에 점심 식사를 끝내야하는 무지막지한 인파의 행렬은 더더욱 저희의 탄식을 자아냈죠. 다 싫고, 샌드위치나 하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고르면 식빵 한쪽 나눠서 만든 샌드위치가 1만 2천원 정도는 했으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시려나요? 그래서 이 블로그의 [맛집] 포스팅엔 반드시 '가성비'의 키워드가 붙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포멀한 정장이 기본값인 IFC에서 IT사업을 전개하는 저희의 자유분방함은 조금은 부적합했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저희도 복장 규정이라는 게 있기에 모자에 후드티를 푹 눌러쓰고 반바지에 양말, 거기다 쓰레빠를 질질 끌면서 회사를 다니길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완벽한 비즈니스 룩'에 둘려싸여 있으면 그 숨막힐 듯한 분위기라는 게 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사무실에서 열리는 창문이 한 개도 없기도 했구요. '아니, 세상에 이쁘고 단정한 옷이 얼마나 많은데 매번 저렇게 갑갑한 갑옷에 갇혀 있으면 대체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끌어내지?'가 4년 간 IFC로 출근하며 마주쳤던 타사 직장인을 바라보며 제가 했던 생각입니다. 물론, 여의도가 주는 화려함이 있습니다. 한때는 저도 주말에 마주친 어떤 부부가 아이더러 '우와, 저 건물 좀 봐. 너무 멋지지? 너도 이 다음에 커서 저기로 출근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훗, 내가 바로 저기로 출근해.'라는 괴랄한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만 떠나온 자는 이제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 삼아인터내셔날은 원래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첫 삽을 뜬 회사라고 합니다. 두번째 둥지를 여의동으로 옮겨오게 된 것이죠. 그로부터 다시 4년 여가 지나 다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그리고 타임스퀘어 오피스A로 이전했습니다. 예전의 채용공고처럼 여의도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버드뷰는 사라졌지만 저희가 새 둥지를 튼 층에 마련된 화사한 정원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 처음 소개하고 싶습니다. 마침 이사를 한 시기가 따뜻한 봄의 전령과 함께 하던 날이라 곳곳에 핀 진달래, 철쭉, 튤립, 미스김라일락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환영해주는 느낌이었달까요. 짤막한 봄이 지나고 나면 저희가 애정하는 하늘공원에는 푸른 빛깔의 등나무꽃과 만개한 장미가 여름이 왔음을 시사해줄 예정입니다. 꽃 이야기가 왜 이렇게 긴가, 싶으신가요? 사실 빌드업입니다. 

 

 

놓칠 수 없다 후가스!

 

 

타임스퀘어로 이사 후 제가 일부 직원들과 함께 처음으로 들른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구 경성방직 사무동, 요즘은 '오월의 종' 또는 '카페 리브르'로 더 유명한 카페입니다. 만연한 봄날에 들르니 빨간 벽돌 건물을 파릇한 담쟁이 덩굴이 조금씩 채워가는 중이었는데요. (여담으로, 여기 얼굴보다 더 큰 빵이 비싸봐야 4천원이고 올리브 팍팍 뿌려진 빵이랑 소시지 바게트 정말 맛있습니다.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가지 않으면 평일에도 1시 전후로 품절되는 품목이라 자주 만날 수는 없습니다만...) 타임스퀘어의 정식 명칭이 '경방 타임스퀘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성방직'이라는 네이밍이 심상치 않다 생각하신 분들이 저와 같이 몇 있으실 겁니다. 맞습니다. 경성방직은 삼양그룹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 세운 기업들 중 하나입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물산장려운동' 들어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자쓰가리우것든만가리우(거꾸로)'나 '신토불이'도 마찬가지구요. 조선 사람들에게 우리 손으로 만든 고무신과 무명 두루마기, 무명 치마 등을 만들어 판 유가 증권 상장 제 5호 기업이었답니다. 그렇게 휘황찬란 화려했던 역사도 이제는 문화재로 지정된 '구 경성방직 사무동' 한 채 밖에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요. 저는 문득, 영등포의 정취가 이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아직도 각종 제련소와 재개발 구역이 즐비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이색적으로 뒤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요. 타임스퀘어 진입로를 잘못 선택하면 빨간 커튼으로 둘러친 불법 홍등가도 지날 수 있거든요! 영등포 시장과도 가까워서 점심시간이면 노래교실에 들른 아주머니들을 만날 수 있고, 성인 콜라텍이 즐비해 풍류와 향락을 즐기는 할아버지들도 잔뜩 있고, 불금에는 차마 홍대로 넘어가지 않은 20대 꼬맹이들이 휘청이는, 날 것 그대로의 공간이랄까요. YDP라는 힙한 이름으로 탈바꿈을 하려해도 영등포와 여의도의 차이는, 이렇듯 확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 문래동이 젊은이의 성지가 된 이유가 뭐겠어요. 이런 이색적인 감성이 트렌드가 되었다는 소리 아닐까요. 옛날 공장이 있던 자리를 거칠게 쓸어내고 꼭 필요한 현대식 집기만 들여와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써내려가는 것이 나름의 독특함, 그러니까 힙한 무언가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경은 적당히 여기까지 소개하기로 하고, 이제 내부로 들어가봅니다. 로비는 다소 어두침침합니다. 저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인테리어를 한 사람이 아마 '여기 아무도 앉지 않게 꾸며주세요'라는 상부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한 게 아닐까요? (흠, 아마도?) 타임스퀘어 오피스동은 신세계 타임스퀘어점과 이어져 있어 1층을 제외하고 5층까지는 사무실이 없습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 탑승 시 바로 6층에 도착하죠. IFC에 있을 때는 28층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는데, 달라진 점 중 하나입니다. 이 곳 엘리베이터는 저만큼 성격이 급해서, 3층 정도 겨우 올라와 놓고 미리 소개합니다. '6층입니다.'라고요.

 

 

요랬던게
요래됐다가
요래됐슴당!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삼아인터내셔날의 대표 슬로건과 캐릭터가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흰색 시트지는 금방 오염된다고 제작사에서 만류했지만 디자인팀은 로비가 주는 칙칙한 느낌을 1도 이어가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얘기하고 실제로 시트지 작업할 때 나오는 땟꾸정물에 급격히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리뉴얼한 로고(Company Identity)와 키컬러(Key Color)로만 말끔하게 꾸며낸 흑백의 도안은 엘리베이터 5기 모두의 도안이 각각 다르니 하나씩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밌는 점 중 하나입니다. 내려서 오른쪽으로 진입하는 서편 3개 호기는 캐릭터가 모두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내려서 왼쪽으로 진입하는 동편 2개 호기는 캐릭터 모두가 왼쪽을 향하고 있죠. 기존 엘리베이터 사용 유의 스티커는 빨-노-파-검이 섞인, 웹디자이너가 극혐하는 보급형의 느낌이었는데 IFC의 말끔한 스틸 스티커가 마음에 들어 디자인팀 익명의 단데기 디자이너가 직접 그려 넣었습니다. 어때요? 환한 느낌에 귀여운 캐릭터까지,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나요?
 

 

 

 


삼아인터내셔날이라는 한글 사명에서 자음을, SAM·A International이라는 영문 사명에서 알파벳을 각각 하나씩 떼어내 지은 이름으로 완성한 캐릭터를 하나씩 살피고 QR도 제 구실을 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 사무실 입구로 몸을 돌리면 삼아인터내셔날의 새로운 시그니처 로고가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그 오른쪽으로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마감한 SAM·A INTL. 풀 로고가 도열해있죠. 슬라이드 도어의 이 시그니처는 뒷편 LED 라이트와 완벽한 레이어로 겹쳐보이게 하기 위해 유리문의 좌우 간격은 가볍게 무시, 닫히는 순간 딱 어떤 위치에서만 쾌감을 선사합니다. 따라서 저는 그 완벽한 쾌감을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습니다.
 

 

요랬던게
요랬다가,
요래됐슴당!

 

 


삼아인터내셔날 임직원이라면 지문 인식을, 내방객이라면 호출벨을 눌러 잠시 대기해주세요. 그럼 삼아 던전의 문이 열릴 겁니다. 백색 대리석에 뽀얗게 얼굴을 드러낸 LED 시그니처에 눈뽕을 한 번 당한 후 슬쩍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삼아인터내셔날의 사업군을 소개하는 TV가 부메랑 영상을 재생하고 있습니다. 오른편으로 가볍게 몸을 돌려 우리의 자랑, 5m짜리 바 테이블이 맞이하는 탕비실로 진입합니다. 잠깐만요, 레일 조명 위에 뭐라고 써있나요? SAM·A INTL. 그리고 Snackpick. 이 곳은 탕비실이자, 저희의 새로운 사업인 스낵픽(Snackpick)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블랙과 화이트, 스틸로만 이전할 사무실을 꾸미길 희망했던 이유는 깨끗하고 단정한 인상을 임직원 뿐만 아니라 파트너사, 내방객 모두에게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황량했던 이 공간에 주방 수전을 설치하고 간혹 계절에 맞춘 생화가 인테리어에 마침표를 찍어내는 탕비실로 변화시키기 위해 대표님도, 인테리어 현장 담당 차장님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수기가 뭐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전자레인지와 TV 사이 폭은 왜 저렇게 위험하게 좁은지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언젠간 다 개선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더 자세히 볼게요.

 

 

우리 드롱기가 첫번째 라떼를 만들었어요!


 

 

스틸로 자재감을 완벽하게 맞춘 LG전자의 냉장고, 냉동고가 한 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채 기깔나게 쏙 들어가 있습니다. 다음이 정수기입니다. 그 다음이 제빙기구요. 드롱기 커피머신 2대와, 이전 사무실의 탕비실에서 제일 견딜 수 없었던 정신 산만한 티백-일회용 컵-컵홀더-리드-스티어-빨대 등을 한 번에 정리한 음료 제조 Zone은 제빙기 상단 찬장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희 집에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는 안해두는데, 디자인팀 디자이너가 모두 제 홈카페를 꾸미는 심정으로 사이즈를 맞춰 끊임없이 리서치한 결과물입니다. 커피존은 익명의 치코리타님과 익명의 토게피님이 더 맛있는 원두를 찾아 추천하기도 하고, 변형하여 제조하는 새로운 미식 문화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정리함에는 당분간 대표님과, 익명의 치코리타님, 익명의 꼬부기님 등이 가져온 오설록 티백이 가득할 예정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율무차 같은, 디카페인 티백도 한 자리를 차지하는 날이 오겠죠?

 

 


 

 

요즘 신혼부부들의 선택 1위라는 사각 싱크볼에는 왼편에 친환경 1등급 주방세제가, 오른편에는 민감피부 적합성 인증을 받은 핸드워시가 충진되어 있습니다. Feel free! 마음껏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저 원래 이런 데 강박이 있어서 고무장갑도 블랙으로 맞추려고 했는데 대표님이 그레이로 사오셔서 선수를 빼앗겼습니다. 대신, 사이즈를 딱 맞춰서 구입해오신 식기건조대는 올블랙입니다. 여기엔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했으면 하는 마음에 마련해둔 공용 식기도 준비되어 있는데요. 요즘 ESG경영이다 뭐다 말이 많잖아요. 검은색 머그컵 두개, 투명한 내열유리 컵 두개, 단정하게 색감을 맞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포크와 포크 모양의 머들러 세개는 모두를 위해 준비된 공용 집기이니 이것도 일회용품보다 자주 사용해주시기 바랍니다.(제일 조흔 거슨 텀블러의 습관화이다!!!)
 

 

 

 


디자인팀은 탕비실 주의사항 같은 걸 여기저기 코팅해 써붙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스티커 끈끈이랑 물에 번진 글씨들이 저는 너무 싫거든요. 그래서 집기를 주문할 때 당당히 이 품목을 포함시켰습니다. 대표님이 주말에 가족들과 이케아에 들러 이것저것 사오셨지만 저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당당히 설득하고,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9가지의 탕비실 이용 수칙이 A4 용지 한 장에 들어있습니다. 앞으로 여기서 도시락도 데워 먹고 출출할 때 간식도 꺼내 먹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제 삼아인터내셔날의 탕비실은 사무실 어디 구석에 숨겨진 곳이 아니라 외부 내방객도 마음만 먹으면 뜯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부분입니다. 더 솔직하게, 삼아인터내셔날의 외면 공간입니다. 저기 키친타올이나 티슈, 물티슈까지 전부 (다소 강박적으로) 케이스에 담겨 있는 걸 보면 이 공간에 유독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알 수 있으실테니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쓰기로 우리 모두 약속해요. 또, 다 쓴 집기는 상/하부장 문짝에 라벨링이 되어있으니 누가 뭐랄 것 없이 즉시 보충합시다.(강요 열 스푼 보태기)
 

 

85인치 테레비에 깨알같이 충격스펀지를 붙여보았다 다치면 안돼

 

 


칼각을 맞춘 키친타올과 티슈, 물티슈 케이스를 지나면 거대한 아크릴 케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곳은 별도의 트레이를 짜맞춰서 스낵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간식창고가 마련될 예정입니다. 누구나 일에 몰두하다보면 당이 떨어지거나, 또는 너무 배가 고파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사무실을 나서 편의점에서 직접 사먹어야 한다면 얼마나 귀찮고 불편하겠어요. 그래서 사무공간에 임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간식 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스낵픽의 주된 목표이고, 각각의 사무공간에 최적화된 임대형 집기와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것 또한 궤를 함께 한답니다. 삼아인터내셔날의 타임스퀘어 사무실에는 아크릴장으로 선을 보이게 되었네요. 완성이 되면, 사진을 다시 업데이트하기로 약속합니다.
 
다음으로 LG전자의 몇 안되는 전자레인지 라인업 중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된 전자레인지가 있습니다. 원래는 이 배열이 아니었는데,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대표님이 다시, 다시를 요청하셔서 요렇게 딱 맞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옆으로는 거대한 85인치 테레비가 시선을 강탈하네요. 역시나 입구에서 봤던 영상이 부메랑. 영상에서 자동 재생되는 종알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딱 돌면, 디자인팀이 심혈을 기울인 스틸랙이 보이실 겁니다. 아, 이건 저희 팀에서 인테리어 제안할 때 러프스케치를 외주사에 전달한 적이 있는데 이걸 먼저 보여드릴게요.
 

 

 

 


탕비실의 전면을 한 눈에 담았다고 가정할 때 가장 왼편에 Fake Magazine이 놓일 예정이라고 써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익히 들었을 B매거진이라는 게 있거든요. 저도 흠모하는 브랜드의 이 잡지가 편찬되면 꼭 구입해두곤 하는데요. 처음 시작은, 대표님이 따로 전시장을 만들어서 회사의 각종 인증서나 수상 트로피를 놓아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그게 차츰 전개되어 삼아인터내셔날의 다양한 사업군을 소개하는 PP Magazine을 비치하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 참에 다시 한 번 리뉴얼한 PP 라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그 사업을 설명하는 최적의 이미지를 찾아 떠난 다급하고 기나긴 프로젝트였습니다. 가짜 잡지이긴 해도, 앞 뒷면이 꽤나 완성도 있게 마무리되어 있는데요. 손에 땀이 많이 안나는 분이라면 언제든 들어서 표지에 있는 ISBN과 가격표를, 또 뒷면에 있는 사업소개를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색감이 완전히 배제된 공간이라 이 잡지들에만 복지몰의 키컬러인 퍼플을 조금씩 섞었습니다. 되게 많아 보이지만 또 뜯어보면 저희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 구체화해야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탕비실의 저 디스플레이만으로는 페이지를 넘겨볼 수 없지만 사업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니, 한장 한장을 매일 써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맨 아랫쪽에는 찰나의 순간에 기획해 휘뚜루마뚜루 만들어 더 애정이 가는 8종의 엽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몇 장 나눠주셔도 좋고, 소장하고 싶은 분은 자유롭게 가져가 쓰시면 됩니다. 

 

 

깨알같이 숨어있는 매거진B를 찾아보세요!

 

 


탕비실 감상을 마치면 반대편에 저희의 회의실이 도열해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회의실 이름은 저희가 직접 지었는데요. 삼아인터내셔날의 회사소개서와 서비스소개서를 받아보신 분들이라면 맨 마지막 장을 채우고 있는 문구를 보실 수 있답니다. 거기에 3개의 A가 반복되고 있을 거예요. 
 

우리는 사람이 가진 가능성(Able)을 믿습니다.
사람과 사람, 그 관계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업에서 임직원은 더욱 유능해집니다.
삼아인터내셔날은 기업의 든든한 협력자(Ally)가 되어
하나의 목표(Aim)를 향해 달립니다. 

 
 
실상 삼아인터내셔날이라는 사명을 의미하는 이 단어들은 비로소 각 회의실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전 사무실에서의 회의실은 그냥 회의실1, 회의실2 같은 것들이었던 것에 비하면 솔직히 아직 입에 안붙습니다만 명패를 제작할 때에도 시그니처 로고를 섞어서 레이저 커팅했답니다. 원래 디자인팀에서 인테리어를 구상하며 제안할 때에는 사용중인지 아닌지를 확연히 알 수 있게 아크릴 박스 같은 것을 만들어서 내부에서 불을 켜고 끄는 행위가 바깥까지 알려지길 원했는데요. 막상 현장 실사를 나오니 구상한 아크릴 프레임을 거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마침 그라데이션 시트지가 붙어있어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를 보려면 저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발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고로움이 있지만 그건 뭐 의미가 없는게, 어짜피 회의실 예약은 워크툴로 하니까요. 순서대로 Able룸, Ally룸입니다. 의자는 디자인팀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여 등받이가 없는 의자로 채택했습니다. 저는 긴 회의를 정말 싫어합니다. 편안한 대화, 좋죠. 근데 등받이를 받친 채로 한참 이야기만 하고 다시 모니터로 돌아와 앉으면 얻는 허탈함은 모든 직장인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천고가 높아보여야 한다는 핑계를 보태 대표님께 적극적으로 등받이 없는 의자를 요청했습니다. 얼핏보면, 높낮이 조절이 극심하게 되어있는 의자들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길고 지난한 회의가 너무 싫습니다. 

 

 

 


 


Able룸은 이전 입주사에서 사용하던 배치를 그대로 살렸는데, 그래서 화이트보드 프레임이 없습니다.(저보다 깔끔함에 집착하시는 대표님이 지우개 사용할 때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일이 없게끔 주의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상, 팀장 공지사항 전달 완료.) 매우 수동인 은색 블라인드를 젖히면 우리의 자랑인 소담한 데크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나무와 풀꽃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답니다. 수시로 바람이 훑고 가는 풍광을 보고 있자면 절로 차분해져요. 정원은 입주사 직원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이지만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곤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거의 저희만의 전용 공간입니다. 워낙 사람이 없어서 가끔 탱고 연습을 하는 커플을 만날 수도 있어요. 저희는 바람이 심하지 않은 날 점심을 빨리 먹고 모여서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각자 마실 음료를 만들어 나가서 외부 회의를 하기도 한답니다. 
 

 

 

요랬던게
요래됐다가
요래됐슴당!

 

 


Ally룸은 커넥팅룸인데, 이 폴딩도어를 접고 펼치기가 말도 안되게 빡셉니다. 그래서 주로 오픈해두고 대회의실로 사용하죠. 대회의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빔프로젝터가 시현되는 반대편에는 삼아인터내셔날의 로고와 27개 이상의 사업군이 도열해 있습니다. PP Brand라 불리는 이 BI들은 자석으로 제작되어 떼었다 붙이는 등의 변경이 손쉬운데요. 각 사업들의 차이점과 특징이 궁금하신 분들은 삼아인터내셔날 공식 홈페이지의 [사업소개]를 하나씩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현판을 붙이는 높이를 결정할 때, 생일 파티 후 사진을 찍을 때 사명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대표님의 바람에 따라 위로 아래로, 마지막엔 더 아래로 조정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내년에는, 그리고 내후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PP Brand가 추가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지친다... 이거슨 누군가 내게 말했듯 엄청난 스압 포스팅이 될 거시다...


힘내잣!

 

 

 


자 이제, 진짜 내부의 내부 투어를 시작합니다. 여기부터는 외부인 출입금지라 한번 더 지문인식을 시도합니다. 회의실 2개를 감상하고 나면 다음은 대표이사실입니다만, 추가 보안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어 외부인 공개를 금합니다. 대표님이 처음에 사무실이 전부 주광색 등이었으면 좋겠다고 디자인팀에 의견을 전한 적이 있으세요. 저는 한사코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대표이사실만 주광색 조명의 평온한 느낌을 선사한답니다. 아참, 화장실도 주광색 조명으로 교체했습니다. 아까 사무실의 키컬러가 블랙과 화이트, 스틸이라고 소개했었죠? 대표이사실은 따스하고 릴랙스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도록 결이 고운 우드와 유사한 톤의 가죽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사진으로 안내할 수 없으니 인테리어 제안서에 살짝 포함되어 있는걸 마지막에 보여드릴게요. 이사 기념으로 대표님께 자개로 된 회장 명패 같은 걸 선물해드릴까요? 라고 여쭤봤는데 알아서 하겠다고 하셔서 아직은 테이블이 휑합니다만(사실 그걸 놓는 순간 젊은 느낌 파사삭이긴 함), 언젠간 대표님 마음에 쏙 드는 명패가 그럴싸하게 놓이겠죠?

 

 

 


 


깔끔한 사무실에 기분이 좋은 대표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나면(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음) 이제는 본격 사무공간입니다. 이 나선형(?)의 가림막은 대표님이 인테리어 시공사에 직접 요청한 주문제작 패널인데요. 사무공간에서 열일하는 직원들이 내방객의 시선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맞춰 고안된 것입니다. 조금 만져보면 패널이 하나씩 움직입니다. 그래서 반쯤 열어둘 수도 있고 아예 차단할 수도 있어요. 약간 이자카야 온 것 같은 느낌 나지 않나요? 나만 이런 생각하나. 왠지 패널을 슥 밀어서 내부를 보면 칼국수 사리 추가한 김치 나베에 사케 먹고 있는 손님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 아무튼 제 기대와는 달리 열일하는 삼아인터내셔날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펼쳐집니다. IFC에서 함께 업어온 동그란 테이블에는 임시로 선물받은 화초가 데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T개발팀의 익명의 냐옹이님이 건담으로 꾸미고 싶다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셨는데 기약이 없네요. (저는 우연을 가장해 손가락을 부러뜨릴 계획이었습니다만.) 난은 척박한 환경일 수록 예쁜 꽃을 무성히 피우는 것으로 유명한 식물이니 계속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명패를 써붙이고 싶을 정도로 새단장한 사무공간은 기존에 IFC에서 사용하던 퍼시스 시스템 가구가 단종되어 리뉴얼 버전으로 주문 제작했습니다. 대구는 대프리카, 여의도는 여베리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웠던 IFC는 동절기가 되면 온갖 패딩과 파카로 뒤덮이기 일쑤였는데요. 대표님이 처음부터 옷걸이가 충분히 들어가는 캐비닛이 있는 데스크가 있었으면 하셔서 이 모델로 주문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는 캐비닛이 왼쪽, 일부는 캐비닛이 오른쪽에 있어요. 이 캐비닛이 파티션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답니다. 어? 이렇게 낮은데 롱패딩이나 코트는 어떻게 넣냐구요? 유튜브에 찾아보면 긴 기장의 외투는 옷걸이 두개로 주름없이 깔끔하게 넣는 방법이 나와요. 저는 급작스레 경조사 소식을 전해들을 때 쓸 수 있도록 검은 구두와 스타킹을 넣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센스있는 포켓과 함께 아크릴 거울이 달려 있어서 문을 열 때마다 일에 쩔어버린 제 얼굴을 목격하는 데 아주 톡톡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캐비닛 뒤로는 깜찍한 문서보관함도 있는데요. 높이 조절이 가능해 티슈 케이스를 눕힌채로 퉁퉁 쳐넣으면 딱 알맞게 들어간답니다. 제가 원래 늘어진 전선 이런 거 절대 두고 못보는 성격인데 이사 전에는 '어짜피 이사갈 건데 뭣하러 해'라는 생각으로 방치했다가 근 1년만에 전선 정리를 마쳤습니다! 이사 전날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다음 날 데스크 밑으로 기어가 전선을 정리하는 데 정말 죽을 뻔 했지만 한번 해두면 몇 년은 발에 걸리는 일도, 눈에 거슬리는 일도 없을테니 얼마나 후련한지요호~~~ 저는 공부하기 전에 책상 정리부터 세시간을 했던 위인이라 앞으로 전선 정리하는 모습을 목격하실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촤하핫. 의자는 목받이가 있는 걸로 하냐, 없는 걸로 하냐, 전 직원의 찬반 투표를 거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우리는 잘 빼냈다는 결론. 아무튼 각자 새로운 공간에 도착해 자신만의 존을 구성한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이 보인답니다. 귀염 뽀짝한 피규어가 올망졸망 모여 인사를 건네는 자리, 친구들과 동료들과 찍은 인생네컷이 보드처럼 꾸며진 자리, 이 사람 오늘 퇴사했나? 싶을 정도로 아무 소지품이 없는 자리, 내일 먹을 간식까지 잔뜩 올려진 자리 등등.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볼 일 없이 오롯이 우리만의 공간이니 더 애정을 갖고 꾸며나가리라 확신합니다. 
 

 

 

 


모든 자리에는 집기 라벨이 부착되어있긴 하나, 디자인팀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자리표로 마침표를 찍고자 했습니다. 이 곳에 입사한 이후 기업문화를 표방한 여러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자리표를 주문제작한 것은 처음인데요. 사실 IFC에서 계열사의 요청으로 디자인팀이 자리표 지원 업무를 진행할 때 대표님이 '저희도 할까요?'라고 묻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산업디자인과 출신이고, 기성품이라는 이유로 개당 몇 천원씩 가격을 덤핑한 물건을 대량주문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이사 후에, 라는 핑계로 미뤄왔던 일을 마침내 마무리한 거나 다름 없답니다. 기존의 자리표가 얼기설기 자르고 붙인(게다가 복합기의 그 날 기분에 따라 색감도 다 다른) 대안품이었다면 이번엔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준비해보았습니다. 다들, 마음에 드시나요? 마음에 안들어도 든다고 해주세요. 고생을 사서 한 느낌이라 디자인팀은 (급)칭찬을 원해요(구).
 

 

 

 


그 다음으로 또 뭐가 있더라. 아! 복지몰사업부 각 팀의 느낌을 담은 포스터도 주문했습니다. 예전부터 재미지다 생각했던 짤을 왕창 모은 다음에 각 팀의 성향에 맞춰 재편집 했답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팀은 가장 높은 매출과 호응도를 기록하는 오늘만특가에 착안해 '내일은 내일의 특가가 뜬다'라고 캐치프레이즈를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운영팀은 제 나름대로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잘 됐으면 좋겠다'는 텍스트를 물결처럼 배치했죠. 요 두 개는 내방객도 보면 좋은 기운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바깥쪽을 보게끔 설치했습니다.

 

 

 

 

 

아, 설치는 3M 부착형 코맨드로 했는데 많은 분들이 떨어지진 않을까 불안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단 포스터의 위치를 재변경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적정 중량을 준수하기에 떨어질 일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낑낑거리며 부착한 첫 날 호옥시 떨어지는 건 아닌가 겁이 나 기도를 하고 잤는데 다행히 멀쩡하네요. 장마철에는 저도 좀 불안하니 한번씩 꾹꾹이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기발랄한 포스터는 쪼끔 자랑스럽네요.
 

 

 

 


다음으로 폰부스입니다. 문고리를 위로 끌어올리면 완벽 밀폐가 되는 이 곳은 개인적인 전화를 받거나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톤앤매너에 꼭 맞는 적당한 의자를 드디어 배송 받았습니다. 솔직히 이 곳으로 이전한 후 오피스 관리실, 전기실, 미화실 등에 연락하느라 제가 제일 많이 이용한 것 같은데요. 이제는 중요한 전화를 받으러 복도나 문서실로 숨을 필요 없이 폰부스를 자주 애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곳에서는 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밖에서는 모릅니다(내가 다 해 봄, 찡긋 >.-).
 

 

 

IFC에서의 마지막 퇴근 후 받았던 쪽지를 모두 모았더니 이만큼이었다. 참 정도 많고 다정한 사람들.

 

 


오로지 내 목소리만 가득 차는 노래방 아니 폰부스를 나와 다음은 OA룸입니다. Office Automation의 줄임말인 OA룸은 복합기, 파쇄기, 기타 집기 보관용 캐비닛이 준비된 단촐한 공간이지만 디자인팀에서 준비한 레터보드가 추가될 예정인데요. 혹자는 '데스노트'라고도 합디다만 사실은 '있었으면 하는 기업문화는?'이라는 저의 질문에 누군가가 제안해준 거랍니다. 원래는 JTBC <톡파원25시>에서 메타 본사 투어편을 보던 중에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모든 직원들이 브레인스토밍도 하고, 낙서도 하고, 메시지도 남기는 걸 본 제가 대표님께 '벽면에 대형 화이트보드나 거울을 설치해주세요'라고 했던 요청이 비용 문제로 가뿐히 묵살되어 임의로 변형해본건데요. 대표님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의 미모티콘과 이름이 적힌 캡슐에 깨알같은 메모나 사탕 등을 담아둘 수 있답니다. 저흰 여전히 노는 것을 좋아하고, 초딩 때 했던 마니또 같은 것을 그리워하는 집단이거든요. 그래서 '대표님, 기분이 저기압이니 고기 앞으로 가고 싶습니다'라던지 '어제 고생했죠? 이거 먹고 당충전해요!'라던지 '과장님, 요즘 굴 철이래요. 네 얼굴~' 따위의 메시지를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문서실 겸 물품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임시 공간인데,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획득한 저희가 추후에 연구실로 사용하기 위해 미리 PP Lab이라는 이름을 붙여두었습니다. 당장은 계절마다 사용하는 가습기나 시즌형 프로젝트 진행 시 판촉물을 보관하기도 하지만 기업 감사를 진행하거나 외부와 단절된 독립 공간이 필요할 때 어떤 물품이든 임시로 꾸밀 수 있도록 아직은 휑하게 냄겨두고 있습니다. 
 

 

 

 


다음은 서버 타워 구축이 확정된 기계실입니다. 사무실 이전 후에야 뽐을 내게 된 파트너사 협찬 실내 자전거 두 대와 각종 야외활동을 위한 장비가 준비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IT개발팀 익명의 잠만보님이 점심시간마다 식사를 포기하고 운동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익명의 냐옹이님과 익명의 단데기님이 열심히 한땀한땀 설치한 걸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특히 통행이 적은 북향의 데크와 자작나무를 보며 사이클을 타는 기분이 째질 것 같으니 궁금한 분들은 마음껏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그 다음은 3개의 회의실 중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던 소형 회의실, Able룸입니다. 이 곳은 외부인을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삼아인터내셔날 임직원만을 위한 회의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트지도 안붙였어요. 단점은 사무실과 맞닿아 있어 안에서 큰 소리를 내면 바깥으로 웅웅 들린다는 점과, 내부 공간에 비해 큰 테이블이 추가 설치되어 조금 비좁다는 것 정도...? 며칠 전 관리자 회의 소집 후 전달사항 안내를 위해 디자인팀 긴급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내외부로 지나다니는 사람을 깨끗한 뷰로 관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디다. 
 

 

 

 


마지막, 삼아인터내셔날 사무공간의 제일 안쪽이자 마지막 공간인 경영지원본부입니다. 각종 증빙 문서 보관을 위해 상하부 캐비닛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반대편으로는 조용한 정원을 탁 트인 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코너오피스 같은 곳이죠. 원래 이 쪽은 절반 정도 높이의 가벽만 설치될 예정이었다가 적치해야 할 문서량이 방대해 전면 벽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따라서 경영지원본부는 보다 차분하고 차단된 공간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덕분에 맞닿아있는 디자인팀도 아늑함을 한 줌 보태게 되었죠. 
 
IFC 또한 팀장석이 창문을 등지고 있었습니다. 대외비 등의 주요 문서를 확인하는 요직인지라 아무나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게끔 위치 선정을 했을테지만 오후 1시만 지나면 목 뒤를 때리는 땡볕의 자글자글함과 모니터 반사광, 눈뽕 등으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더랬죠. 다행이 이사를 온 이 곳의 사무 환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층만 필로티 구조로 설계되어 햇빛이 등을 때리거나 피부가 타게 하는 일은 없거든요. 가끔 고즈넉히 데크를 걷는 타 입주사 직원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제가 블라인드를 치지 않는 이유는 언제든 창문을 열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환기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예전엔 우리와 눈을 맞추는 사람이 창문 밖으로 없었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구십척이 넘는 귀신이었을텐데 아주 많이 달라진 환경이긴 하죠.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는 새로운 공간입니다. 

 

 

 

 

 

깜빡할 뻔했네요. 엘리베이터 앞에 적재된 택배 박스가 통행에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택배 보관소도 깜찍하게 만들어봤습니다. 앞으로 택배는 화물 엘리베이터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많은 택배 기사님들의 도움을 멀리서나마 요청드리며. 
 
아, 그래서 여의도와 달리 식비는 잘 해결되었냐구요? 이게 진짜 자랑인데, 빼먹을 뻔 했네요. 타임스퀘어 임직원 전용 구내식당이 있습니다. 아워홈에서 책임 운영하고 있어 영양과 퀄리티는 보장되어 있죠. 점심시간 뿐만 아니라 저녁시간에도 운영해서 갓 만든 밥이 그리운 임직원에겐 단비와 같은 존재입니다. 최근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새단장을 선보였는데요. 1회 이용금액은 무려 5천 5백원! 마침 동일 시대에 있었던 직원들끼리 식단표를 오리고 붙여서 책처럼 만들자 어쩌자 말이 많았는데, 요즘 세상 좋아졌습디다. 어플리케이션으로 A식단/B식단을 미리 사진으로 볼 수 있져영!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는 일이 한껏 줄었고, 무엇보다 어마무시했던 식비를 단숨에 줄일 수 있는데다, 입맛이 다른 직원들과도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아주 매우 만족합니다. 먹은 거 자랑 함 해보까? 허허허허허헣.

 

 

 


 
앞으로 삼아인터내셔날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 써내려갈 예정입니다. 과감히 이전을 결단한 덕분에 공석은 충분히 확보가 되었고 새로운 활력과 새로운 정책을 더해 우리만의 이야기를 비로소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물론, 이전과 다른 환경에 조율하고 협의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뺏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또한 적응을 위한 당연한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직 미완인 부분도 여전히 있고, 편의에 맞춰 보완해야할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선 사람들이 미리 만들어둔 것에 맞추는 게 아니라 하나씩 우리의 손으로 매만져가며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이 조금은 생기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제 일처럼 나서서 한땀씩 돕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기도 하고요. 이참에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에, 사인물에, 맞춤형 주문 발주에, 디자인팀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한 제안서는 웹디자이너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범위였습니다. 다시금 '처음이다, 잘 모른다'는 저의 솔직한 말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주셨던 수많은 담당자분께 감사인사를 남깁니다. 앞으로 디자인팀은 온보딩 가이드북과 여러 기업문화의 일부를 재편집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만 큰 프로젝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했으니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쟈!

 

 

누군가 뽀짝하게 피규어를 올려뒀다 안녕!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