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8. 16:12ㆍ일해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 기업문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삼아인입니다.
오늘은 이전과 다른 조금 색다른 주제로 찾아왔습니다. 아마, 제목을 읽으신 어떤 분들은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맞습니다. 오늘 나눌 이야기는 도라지 위스키 향이 날 것 같은 잡담일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의 아버지는 늘 바쁜 분이었습니다. 산통이 오자 엄마 혼자 산부인과로 가서 첫째인 저를 낳으셨다고 해요. 요즘 세대에 들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서운해할만한 사건이긴 하지만 그 땐 엄마도 별 생각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아마, 엄마도 간호사 출신인지라 병원에 혼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사진첩을 뒤져보니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에 아버지와 함께 찍힌 사진이 딱 한장 있더라구요. 그 날 마저도 저희 아버지는 혼자 일이 바쁘다며 다른 아버지들을 남겨두고 먼저 자리를 뜨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늘 일에 매달려 사셨고, 더 좋은 성과와 더 좋은 평가를 위해 내달리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당연해하며 아버지의 꿈이 곧 일이고, 아버지의 책무가 곧 일이라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아버지는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저희 가족을 지낼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정이라는 것은 일찍이 포기하셨죠.
그렇게 회사 일에 매달린 아버지도 회사에서 항상 좋은 대접만 받으셨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열정적으로 몰두하셨지만 그런 모습을 미워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앞서 꺼냈던 유년기처럼 청소년기에도 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극히 적었는데, 성인이 되고 난 후 아버지와 직업 그리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간간히 그런 이야기를 꺼내 주시곤 했습니다. 본인도 완벽을 위해 스스로를 깎아냈지만, 결코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었다고. 하지만 그 때로 돌아가 다른 부분들을 조금 양보하되, 원래의 성과를 줄일 수 있느냐고 물으면 그건 어렵겠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제가 양보를 원했던 부분은, 아버지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갉아먹고 조금은 비열해져야만 하는 현실적인 어떤 것이었을 겁니다.
저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평생 바라보며 살았습니다. 대개 가족관계에서 아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들 표현하던데, 저는 그저 아버지가 홀로 큰 배를 조종하는 선장님 같은 느낌이었고, 남은 가족들은 등대 아래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아버지는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안방에 틀어박혀서 쿵쾅거리는 전쟁 영화를 보다 잠드셨고, 침대에 누운 채 물 한잔 마시는 것도 거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부탁해 마시곤 했습니다. 지나고보니 아버지가 온전히 어른의 탈을 벗을 수 있는 곳은 딱 4평 남짓한 안방, 그곳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까지는 모호합니다. 하지만 햇수로는 이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제가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받게 된다면 반드시 앞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일'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사실 '요즘 개발자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커리어리(https://careerly.co.kr)에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현재 29cm에서 마케팅/기획 리드를 맡고있는 서현직 님의 글(🔗)을 읽고 괜시리 이런 잡념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일을 하는 이유'라던가 '내게 남은 일의 의미'를 물었을 때 단박에 거창한 답변을 내놓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사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제가 떠올려보니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제게 일을 가르치신 것도,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운 것도 아닌 서른이 넘은 제가 이제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질문에 막막해하는 것은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도 그렇거니와 따지고보니 이런 저런 일화가 지금의 저를 만들고, 월요일인 오늘까지도 에너지를 짜내어 일에 몰두하게끔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 사회초년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을 한다고 대답합니다. 제 주변에도 '일 그만하고 놀고 싶다', '매일 여행 다니는 사람들 부럽다, 나도 평생 놀고만 싶다'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누구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애정하고, 사랑하며, 더 잘하기 위해 골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여러분 중에 단순히 돈을 위해 일을 하는 분이 있을까요? <나는 솔로> 출연자들이 첫 만남에 이름 다음으로 거론하는 것이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지를 설명하는데 단지 '그 직종의 연평균 소득이 얼마인지'가 궁금할까봐 그런 소개를 하는 것일까요? 저는 매일 같은 시간을 카운팅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일하며 사는 사람이 고귀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이라는 것과 '돈'이라는 것이 항상 같은 이유를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일로써 인정을 받다보니 승진을 하게 되었고 여러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며 사람들의 커리어를 존중했지만 저의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마냥 저를 미워하는 사람도 어딘가에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 오욕 속에서도 이 일을 미워하지 않았던 것은 그런 사람들에게 '왜 나를 싫어하느냐'고 묻는 에너지가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저를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걸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은 더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아마 저의 아버지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오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조금 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걸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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