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맛집 추천(초겨울 국물대전🔥 영원식당 vs. 풀향기보쌈칼국수)

2023. 11. 8. 16:09먹어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 기업문화 블로그입니다.

점심에 밀가루를 먹었더니 졸립니다. 많이 졸려요. 그래서 오늘 점심에 든든하게 먹었던 여의도 직장인들의 점심 메이트이자 국물계의 양대산맥, 수제비 맛집 영원식당과 칼국수 맛집 풀향기 보쌈 칼국수 편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어제부터 날씨가 팍! 추워지면서 목구멍이 칼칼한 것이 '너는 오늘 맨밥은 먹지 못할 것이다. 너는 오늘 반드시 뜨끈한 국물을 먹거라.'라고 어제 밤에 잠 들기 전 겨울 이불이 저에게 말해줬는데요. 아니나다를까, 새벽 3시쯤되니 웃풍이 들어오고 너무 춥더라고요. 그래서 보통은 일어나자마자 잠들기 전의 모든 기억을 까먹는 저이지만... 횡단보도를 걸으며 다시 생각했답니다. '나는 오늘 점심으로 국물을 먹겠다.'

 

🚩 영원식당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117 서울상가 2층)

 

 

 

 

먼저, 영원식당입니다. 오래 전부터 KBS, MBC 출입이 가능한 방송인-기자-연예인 맛집이자 Olive <밥블레스유> 맛집, 더 정확히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이영자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끌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여의도에 첫 발을 디딜 때, 테이블이 좌식이었고... 또 식기류의 변화까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저의 맛집 애정 리스트에도 단연 포함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수제비가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음식도 아니고, 투박하고 슴슴한 맛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 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냥, 돌아가신 할머니한테 수제비 먹고싶다고 하면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이 사진이 제가 가지고 있는 영원식당 폴더의 가장 오래된 사진입니다. 사실 기업문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음식 사진 남기는 게 습관인 적이 없던 터라, 한두번 더 먹어보고 나서 '오늘은 꼭 가서 음식 사진 찍어야지!'라고 다짐을 했던 날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상가 자체가 연식이 오래된 곳이라 요즘의 '오픈주방'은 아니나 '오픈주방'이 맞기에 설명드리면 수제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10그릇 정도의 육수만 덜어 따로 끓여서 만드십니다. 애호박과 감자 숭덩 썰어 넣은 국물이 팔팔 끓으면 무심하게 툭툭 수제비를 넣기 시작하구요. 그래서,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면 나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제비는 다 먹을 때까지도 쉽게 식지 않습니다.

 

 

 

 

점심 주문은, 간단합니다. 인원 수 대로 들어가면, 식사 메뉴는 수제비 하나이므로 자동 주문되고 '감자전' 또는 '해물파전' 둘 중 하나만 외치시면 현지인 느낌 낭낭하게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배가 좀 작다 싶은 분들은 수제비만 먹어도 든든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3인 이상이 가신다면 둘중 하나 골라서 시켜보세요. 수제비만으로 입이 심심할 것 같다 싶으면 해물파전을, 수제비의 맛을 더 진하게 느끼고 싶다하면 감자전을. 

 

주문하고 조금 마가 뜬다 싶으면 여러분, 저를 따라하세요. 입 안 댄 젓가락을 한 쪽씩 들고 겉절이를 잘게 찢어주세요. 여기서, '이모님 가위 좀 주세요!' 외치는 사람은 과감히 손절하세요. 김치 겉절이를 누가 가위로 자릅니까. 배추가 추위 맞고 속을 채우며 쭉쭉 섬유소를 채워왔던 결.대.로. 찢어야 하는 것을. 겉절이는 정말 갓 무쳐낸 겉절이라 몸통 부분만 먹으면 싱겁고 이파리 부분만 먹으면 짠 맛이 강하므로 무조건 결대로 세밀하게 자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유의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반찬 맛있어보인다고 결대로 자르던 중에 무심코 젓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순간, 동료들의 면박을 받게 되므로 다 찢을 때까지 참으셔야 합니다. 

 

 

 

 

김치 겉절이 자르고 나면 수제비가 샤샤샥 나옵니다. 요즘엔 입천장으로 살짝 눌러도 흐물텅 부서지는 감자덩이를 찾을 수 없어 아쉽지만. 이 투박하고 희뿌연 국물이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느낌을 만끽하세요. 사골 육수의 맛도, 해물 육수의 맛도 골고루 난다는 미식가 동료의 평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저같은 미맹에게는 그저 맛난 국물일 뿐) 아, 참고로 양이 적어보이는 이유는 추가로 달라고 하면 한 번은 리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처음 서빙되는 양이 절대로 적지는 않습니다. 과욕은 금물입니다.

 

 

 

 

먹다가 찍어서 다 어딘가가 하나씩 비어있거나 흐트러져있거나 하네요. 많은 걸 바라지 맙시다. 뜨거운 거 잘 못 먹는 분들은 잘 식혀서 드시길 바랍니다. 맛있다고 들이켜다간 다음 날 (유경험자)혓바늘(유경험자) 올라와요.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그 맛을 여러분도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놓칠 수 없는 다 먹어따 인증샷.

 

 

 

 

미쳤다, 너무 많이 먹었다, 한탄하며 상가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풍경. 단풍이 서서히 들어갑니다. 이러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괴팍한 나무처럼 한 순간에 단풍을 떨구고 여의도+시베리아의 강추위를 선보이겠죠? 하지만 영원식당 수제비와 함께라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도 가던 길만큼 춥지는 않을 겁니다. 

 

 

🚩풀향기보쌈칼국수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42 여의도종합상가 3층)

 

 

 

 

자, 수제비냐 칼국수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떠올린 분이라면 함께 고려해 보셔야 할 여의도 또하나의 국물 맛집, 풀향기보쌈칼국수입니다. 여긴 여의도에 사는 저에게도 가깝지만 먼 곳입니다. 실제 거리가 멀다는 게 아니구요... 점심에 가도 웨이팅, 저녁에 가도 웨이팅, 배달은 시키려고 하면 주말 휴무, 어느 날 오후 4시쯤 보쌈이 땡겨 전화하면 재료 조기 소진 등으로 여러 번 저를 오매불망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라 그렇습니다. 그런 밀당의 귀재를, 오늘 제가 점심으로 오랜만에 먹고 왔습니다. 

 

 

 

 

어쩜, 영원식당이랑 종이컵 종류도 똑같지 뭐예요. 풀향기보쌈칼국수는 굴보쌈도 맛있고, 바지락 칼국수도 맛있고, 들깨 칼국수도 맛있습니다. 근데, 다대기는 없습니다.

 

 

 

 

굴보쌈은 따로 메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보쌈을 시키고 통영 굴 한접시를 추가로 시키면 완성됩니다. 와... 미쳤다. 진짜 맛있겠다, 굴... 겨울 별미인데 방금 점심 먹고도 군침 도는 거 실화냐. 아, 보쌈은 잡내 1도 없이 살살 보들보들 녹아내립니다. 하루 서너번은 직접 삶아낸다고 하니 잡내가 날 리 없죠. 살짝 절여진 배추를 앞접시에 예쁘게 깔고, 보쌈 한 점, 굴 두 점, 김치 조금, 무채 조금 넣어서 돌돌 싸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굴보쌈 떠올리니 더 빨리 추워졌음 싶은 게 이상한 거겠죠?

 

 

 

 

오늘은 깔끔하게 바지락 칼국수만 땡기고 왔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칼국수(통영 굴아) 이야기를(곧) 해봅시다(만나!). 팔팔 끓여 약간의 전분기와 녹진해진 칼국수를 받으시면 손톱만한 바지락을 열심히 발라 주세요. 서해안에서 먹는 바지락과는 사이즈가 달라달라지만 여의도에선 잘 해감 되고 쫀득한 바지락을 맛볼 수 있는 몇 군데가 안되므로. 국물이 생각보다 칼칼하기에 너무 매콤한 게 싫다 하는 분들은 고추도 잘 골라내 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김치 겉절이보다는 부추무침이 맛있었습니다. 칼국수 면은 차지고, 해산물 맛 담뿍 담긴 국물은 메마른 편도를 녹이는 것이, 아침 출근 기온이 -5도였던 오늘에 딱 맞는 조합이었습니다. 

 

 

 

 

갑자기 할 일이 생겨 다급히 올려보는 다먹어따 인증샷222. 맛있다, 여의도 직장인들도 다 똑같은 직장인이라 점심시간에 회사 욕하기 바빠서 소란스럽긴 해도, 맛있다 맛있어. 점점 더 추워질 날만 까마득한 요즘, 국수냐 면이냐 고민이시거나 사골 육수냐 해산물 육수냐 고민이신 분들이라면 앞선 두 식당 고려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러나 마지막은 언제나, 너무 많이 찾아가지 말기, 내가 가야됨.

 

더 맛난 맛집을 찾아내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