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분기 단체회식(🍖돈블랑 여의도점/⭐️4.47 받을 만하네!)

2024. 2. 21. 16:07놀아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 기업문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삼아인입니다. 

 

봄비가 연이어 내리며 날씨가 조금 풀리나 싶더니 내일부터는 다시 영하권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겨울 참 길다, 라는 생각은 왠만하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다음 계절이 쉽게 오질 않으니 두꺼운 옷이 가득한 옷장만 바라보고 있어도 막막한 기분이 드는 요즘입니다. 삼아인터내셔날 복지몰사업부는 며칠간 숨 가쁘게 일하고, 새로운 만남과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찬바람 속 황야에서 만나 눈밭에 구르기도 하면서 2월을 보냈답니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오늘 점심을 먹고 N빵 송금을 하려고 카카오톡 정산하기를 눌렀더니 졸업카드가 업데이트 되었다라구요. 그러고보니 63빌딩을 지나는 길에 여의도중학교 교문에도 '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던 것 같아요. 졸업식에서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엉엉 울었던 기억, 다들 있으신가요?(네, 저는 없어요.) 그래도 10대일 때는 친구가 가장 소중했고, 20대일 때는 인간관계가 가장 소중했고, 30대일 때는 일이 가장 소중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40대가 된다면 건강이, 50대가 된다면 가족이 제일 소중한 순간이 오겠죠? 졸업 다음은 새로운 입학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아무튼 새로운 문이 열린다는 의미이니 조금만 더 꾹 참고 기다려보려 합니다.

 

이전 포스팅 (🔗) 으로 업데이트된 여의도 한강공원 눈썰매장이 폐장되며 새하얗게 덮고 있던 눈 이불을 걷어낸 공터(아님/여의도 수영장임)를 내려다보니 며칠 전 저길 다녀왔다는 기억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운영 종료 전에 가야한다며 대표님을 '들들 볶아', '징징 졸라' 결국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빼 다녀온 찰나의 순간이 모두에게 그저 좋은 추억이 되었길 바랍니다. 법인카드 받았을 때 단체로 오뎅 세개씩은 사먹었어야하는데 분하고 아쉬워라. 아무튼 오전에는 눈썰매장을, 오후에는 단체 회식을 다녀온 2월의 어느 날 <극한체험 24시> 마지막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돈블랑 여의도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7길 11 2층)

 

 

 

자, 이 곳은 법카의 성지 여의도에서 찐 극찬 후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돈블랑 여의도점입니다. 사실 삼아인터내셔날 동료 중에 맛집 레이더 신뢰도가 아주 높은 분이 여럿 계십니다. 저는 이 곳에 6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만 제가 다니는 음식점은 주력 메뉴가 주로 소주라,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키면서도 푸짐하고 정갈한 만듦새와 청결도까지 갖추고 있는 곳에 대한 데이터는 취약한데요.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단체회식 장소를 물색하는 일은 익명의 치코리타님과, 익명의 단데기님 등의 도움을 흠뻑 받았답니다. 그 분들이 오랜 고심을 거쳐 제안해준 곳은 전부 멋졌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원픽...⭐️"이라고 표기되어있던 돈블랑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답니다. 하지만 이 곳의 생리가 그러하듯, 절대 쉽게 얻어질 수는 없는 법! 오랜만에 하는 것이긴 하지만 저녁 회식이 괜찮을지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 예약이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던 말과, 테이블 배치를 어디로 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는 것과, 쏟아지는 이슈로 회식일자를 변경하냐마냐 고민하던 피 말리던 순간까지,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저희는 이 곳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지도 거리뷰 캡쳐지롱)

 

 

1층은 날 풀리면 노상에서 치맥 땡기기 좋은 교촌치킨이 들어서있고 돈블랑은 2층입니다. 이 날 눈썰매장을 방문하는 것 '덕분에' 출근시간이 전원 통일되어 6시 땡 퇴근하면 바로 회식 장소로 출발했어야 하는데, 늘 그렇듯 끝나지 않은 잔업에 붙들린 몇몇이 후발대로 합류해 입구 사진 따위는 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음식 사진이니까요. 

 

 

 

 

아참, 이 날은 저희가 거의 처음으로 새로운 이벤트와 새로운 회식 방식을 도입한 날이기도 합니다. 평균 연령이 31세인 저희가 아침부터 허허벌판 눈썰매장으로 출근해 튜브를 타고 눈썰매를 타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진짜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어렸을 때 어떻게 서너시간씩 눈썰매장에서 놀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거의 모든 체력을 아침 시간에 모두 소진해버렸으니 아침 안 챙겨먹는 저도 출근하자마자 배가 많이 고프더이다. 후... 롯데리아가 IFC에 있다면 양념감자(시즈닝은 반드시 오니온) 한 봉지 털어 넣고 싶다, 를 생각하던 그 찰나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익명의 단데기님이 준비해온 디저트 이벤트가 저희를 맞이했습니다. 

 

 

 

 

귀염뽀짝하고 달달한 무언가를 준비해와서 야심차게 꾸려놓는 뒷모습이 깜찍하구낭. 매장에서 사왔다고 해도 믿을 비주얼의 마들렌과  까눌레는 하나하나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었는데요. 무려 아침에 구운거래요! 포장지 뒷면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저 스티커를 뜯어보면 표기된 기호대로 오늘 저녁 회식의 테이블메이트가 결정되었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저런 이벤트는 어떻게 기획한건지, 저는 그냥 다짜고짜 "대리님, 이번엔 여러 부서 사람들끼리 섞어 앉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제비뽑기 같은 거 준비해볼래요?"라고 던졌을 뿐인데! 이벤트를 준비한 기획력과 완성도를 보아하니, 자네 삼아의 최수종이라 불러도 되겠구먼!!!

 

 

 

 

그리고 심지어 맛있어! +++ 싹 다 먹음 인증샷!

 

 

 

 

 

옛날에 두 명의 중학생이 있었어요. 여학생이 갑작스레 전학을 가는 바람에 여학생이 살던 곳으로 놀러온 남학생은 목이 너무 말랐죠. 하지만 근처 어디에도 그 흔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보이지 않았어요. 남학생은 목이 마르다고 이야기했고, 여학생은 단 걸 좋아하는 남학생을 위해 뽕따를 가져와 먹였답니다. 아이스크림도 시원하긴 했지만 남학생은 그저 물이 마시고 싶었고, 단 걸 먹고 나니 목은 더더더 말라왔어요. 그리고 일곱 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터미널에서 겨우 산 생수 한 병은 남학생에게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았답니다, 라는 이야기에서 '오아시스' 그 자체의 맛이었어요. 많이 달지도 않은 것이, 추위와 괴성과 오랜 걷기에 녹초가 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단 하나의 존재 같은 것이었단 뜻이죠. 익명의 단데기님,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이렇게 테이블 배정이 끝난 우리는 설렘과 약간의 낯가림을 안고 고기를 주문합니다. 첫 판은 무조건 생갈빗살로, 메뉴 중 가장 고가로 선택해봅니다. 선홍빛의 고기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각각의 테이블에서 어색함을 깨는 담소가 오고갔으리라 믿습니다. 

 

 

 

 

 

고기가 빠르게 구워지고 있으니, 이제 맛있게 먹기만 남았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은 소주, 맥주 또는 쏘맥을 말고 술 안마시는 사람은 음료수를 시켜 목을 축이며 끊임없이 밀어 넣어요. 아, 물론 제가 앉은 테이블은 음료수 안시켰습니다. 그걸 들이켤 뱃 속 공간이 있다면 술이 더 낫죠. 술을 즐기지 않는 대표님도 이 날만큼은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술이 술술 들어가는 다음 메뉴의 향연, 함께 감상하시죠.

 

 

 

 

 

생갈빗살 에피타이저를 즐긴 후에는 추가로 주문한 윗고기(생목살)과 아랫고기(생삼겹살)이 맛있게 구워집니다. 불판 위로 연기와 그을음이 흡입되는 연통이 마련되어 있어서 고깃집 특유의 뿌연 장막이나 옷에 냄새가 밸 염려가 없어 좋았어요. 그리고 하나 같이 다 맛이 좋았던 푸짐한 곁들임 반찬들까지. SFG라는 이름 답게 정갈하고 깔끔해 법인카드의 성지인 이 곳에서도 높은 별점을 받는 덴 다 이유가 있구나 느꼈습니다. 제군들, 탁월한 선택이었네.

 

 

 

 

 

특히 저 고들빼기 김치(?)같은 건 두번이나 리필해 먹었습니다. 

 

 

 

 

윗고기(생목살)과 아랫고기(생삼겹살)는 구워지는 즉시 뜨끈한 멜젓에 담가 춉춉 먹어봅니다. 생갈빗살이 살살 녹는 맛이었다면 목살과 삼겹살은 말해 뭐합니까, 돈블랑의 대표 메뉴인만큼 적절하게 간이 배어 저녁을 포식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 외에도 각자의 테이블에서 재래된장찌개, 된장죽, 본갈비탕, 호박라면을 시킨 걸로 알고 있으나 저는 구경도 못했네요. 누구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된거죠!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며 다른 테이블을 훑어보니 다들 해맑게 웃고 있거나 열심히 먹고 있더이다. 이제까지 MBTI 통계를 내봤을 때 E보다는 I가 월등히 많다는 결론에 늘상 함께 일하는 팀메이트 끼리만 자리를 만든 게 오산이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워 보여서 다행이었어요. 이 날, 테이블마다 조장도 있었고 여러 변화가 많은 날이었는데 다행히 '색다른 경험'이라던가 '즐거웠다'는 후일담이 들려와서 되려 정말 감사했습니다. 

 

찬 공기를 한참 쐬고 왔더니 다들 배부르게 먹은 듯하여 집으로 가야하는 인원들을 추려봅니다. 엥? 9시 밖에 안됐는데 다들 간다고요? 저는 미저리처럼 붙잡아 봅니다. 집이 먼 사람들은 아이구 그럼그럼 얼른 가야지. 하지만 한 두시간 더 마시고 택시 타고 가도 되는 사람들은 어딜가, 내가 택시 태워서 보내줄게!를 외치면서. 그렇게 모인 8인조. 바로 옆, 또 2층, 고릴라쉐프로 자리를 옮겨 2차를 시작합니다. 

 

 

🚩 고릴라쉐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5길 13 유창빌딩 2층)

 

 

 

 

 

근데 분명, 배가 터질 것 같다고 했던 사람들이 무슨 안주를 이렇게나 많이 시켜요? 아니 대표님도, 하이볼 마신다는데 양주 보틀로 사주시기 있냐구요ㅋㅋ 그래서 2차에서 주문한 안주가 총 4개, 서비스 메뉴 1개, 그리고 대망의 메이커스 마크. 2차를 본격적으로 달려봅니다(라고 해놓고 테이블에 놓을 자리 없다는 핑계로 술병은 내가 안고 있었음/취한 거 아님/아무튼 아님)

 

 

 

 

 

익명의 꼬부기님이 양주를 처음 마셔본다고 하셔서, 콜라 콸콸 섞어서 한 번 타드려 봤습니다. 왠걸, 홀짝홀짝 잘 드셔서 흐뭇했습니다. 여기 피자, 아무튼 간이 세서 늘 맛있고 치즈 플래터는 저는 손도 안댔는데 누가 다 먹었나요. 그리고 제 생전 안주로 파인애플만 주문해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파인애플도 농장에서 직접 캐오는 건지 서빙까지 한참 기다리긴 했지만 새콤달달한 것이 맛있었습니다. 위스키 주문 시 서비스로 나오는 과일안주는 저 먼 곳에서 다들 맛있게 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은 술은 제가 킵해뒀는데 드시고 싶은 분들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같이 갑시다)

 

 

 

 

 

이 날 2023 아시안컵 8강 호주전이 펼쳐지는 날이었거든요. 하지만 오전부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저는 자정이 되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뻗었습니다. 호주전은 보란 듯이 이겼지만 대한민국이 4강전의 경기 결과는, 요즘 들리는 온갖 불화와 뒷이야기를 들으니 애국심 끌어 모아 끝까지 응원 하지 않은 게 잘한 일인건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축구든, 야구든, 모든 스포츠는 팀플레이가 기본이 아닐까요. 국가대표라는 이름만으로 울컥했던 김연아 선수를 복붙해서 한 군단을 만든다고 해도 팀플레이는 또다른 하나의 영역이 되듯이 일터에서의 팀플레이도 떠올리게 되는 그런 날입니다. 아래는 며칠 전 회사에 작별을 고한 동료가 선물해준 책의 한 구절입니다. 오늘의 제 감상과 닮아있어 일부만 꿰어 옮겨봅니다.

 

 

나의 매일도 게임 같다. 하루하루를 클리어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 Game Over를 맞이하기 전까지 열심히 수풀 속을 헤매고 괴물들을 무찌르는 그런 게임.
이번 미션을 망쳤다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눈 깜짝할 사이 새로운 미션이 주어질 테니까. 일단은 미션과 미션 사이에 이 짧은 휴식을 즐겨 보자. 

- 밤의 마음, 임이랑, 허밍버드 

 

 

 

배불리 먹고 마시고, 오랜만의 저녁 회식이 모두에게 그럴싸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회식은 완전히 달라진 환경에서, 조금 더 길어진 해와 온기를 느끼며 따뜻한 점심을 먹어보기로 해요 :)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