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dieu 송별회 (미나리밭오리사냥🦆&돈남아🐷)

2024. 10. 29. 14:13놀아요

 

 

안녕하세요. 삼아인터내셔날입니다.

 

오늘 포스팅의 부주제는 '잘가요 내 소중한' 입니다. 삼아인터내셔날과 함께 했던 이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며 그들의 내일도 축복하는 의미를 담은 송별회 에피소드를 전하려 합니다. 남은 사람들은 말이 없고, 떠나는 사람도 애써 웃지만 아쉬움을 감추며 나누는 인사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감추고 있는지 아직까지 우리는  모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함께 한 우정과 의리가 떠나는 이들에게 진하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만 가지고 있을 뿐이죠. 

 

삼아인터내셔날은 2018년, 법인 설립과 서비스 개시를 시작했기에 가장 오랜 근속연수를 자랑하는 사람이래봐야 6년차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스타팅 멤버(또는 오픈 멤버)가 남아있는 회사가 드물기에 어떻게 보면 이것도 자랑이라고 할 수는 있겠네요. 회사는 시내 버스와 같아서 모두가 같은 종착지에 가 닿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짧게나마 얼굴을 마주하고 해사한 웃음을 나누었던 추억을 그냥 잊어버리기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삼아인터내셔날의 송별회는 어떻게 보면 남은 이들의 미련이자, 보내주는 축복 같은 거랍니다.

 

 

센스있게 '잘가(가지마)' 레터링이 새겨진 Adieu Cake...

 

 

 

오늘의 주인공, 익명의 치코리타님은 2021년 3월 삼아인터내셔날에 합류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나 작별의 인사를 건네게 되었죠. 어여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로 '혹시 서울 깍쟁이는 아닐까? 말 걸기 힘들겠다' 생각했던 저의 첫인상과는 달리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는 기쁨이었답니다. 익명의 치코리타님이 몸 담았던 팀은 특히나 유관부서와의 컨택보다는 대외적인 업무를 도맡아하는 경향이 있어 왕래가 잦지는 않았지만 늘 똑부러지게 일을 처리하고 만듦새가 간결해 함께 일하기 정말 탁월한 동료였어요. 그런 그녀와 동고동락한 세월이 영원할 줄만 알았던지라 물씬 다가온 헤어짐이 익숙하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잔류자는 더 말릴 구실이 없었고 떠나는 이의 마음은 확고해 이제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를 잘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던 그녀의 색다른 마지막 인사에 괜시리 뭉클해진 것도 맞습니다. 근데... 그 날 익명의 치코리타님의 표정이 정말 밝더라구요. 피부톤이 그렇게 반짝반짝 빛이나는 걸 본 기억이 희미한 지라 약간 원망스럽...

 

 

 

 

 

🚩 모키 문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1가 58-16)

 

 

 

그녀의 초대에 응한 무리가 우르르 문래동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 곳은 지나가다 마주칠 수 있는 모키 문래점인데요.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제가 원픽한 카페입니다. 왜냐구요? 차를 주문할 때 성의없이 티백만 꽂아주는 게 아니라, 직접 우린 티를 온도에 맞춰 내주시거든요. 정성에 감동해 되도록 짬을 내 자주 찾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게 아니니,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다음 포스팅을 약속하며 빠르게 튀튀.

 

 

 

 

 

 

근래에 전봇대 보신 적 있나요? 문래동은 아직까지도 이리저리 얽힌 전봇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동네입니다.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들 위로 석양이 지는 하늘이 참 예쁘네요. 문래동 유명 브런치 카페인 후무후무에 도달하기 전, 원래 종착지였던 미나리밭오리사냥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강남에 먼저 뿌리를 내려 유명세를 탄 곳으로 문래점이 새로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요.

 

 

 

🚩미나리밭오리사냥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2가 43-7)

 

 

 

 

 

표구에 '근본根本'이라고 쓰여있는 거 보이시나요? 문래동 답지 않은 깔끔한 실내로 들어서 자리를 안내 받고 표구를 바라보는 데 왠지 음식에 대한 주인장의 마음가짐 같이 느껴지더라구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내어줄지 기대를 한가득 안고 주문을 시작해봅니다. 그리고 퇴근 후 식사자리라면 빠질 수 없는 술도 한잔씩 함께 곁들여보았어요. 

 

 

 

 

 

 

생오리주물럭과 로스구이를 반반씩 즐길 수 있는 메뉴를 한 테이블에 하나씩 주문하고 각자 마실 하이볼이나 소주, 맥주 등을 주문했습니다. 노랗게 번진 오리 기름이 너무나 맛깔나지 않나요? 안내해주시는 분마다 다른 것 같긴한데 저흰 주문 전 메뉴에 있던 '초벌' 옵션을 선택해서 한 판에 모두 담아 순서대로 즐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곁들임으로 나온 대파김치와 미나리가 푸짐해 더욱 기분이 좋았네요. 자 이제 구워봅시다. 

 

 

 

 

 

 

지글지글 구워요. 로스구이는 거의 다 익은 상태로 불판에 올라가기 때문에 덜 익은 채소류를 제외하곤 미리 맛을 봐도 문제 없답니다. 

 

 

 

 

 

 

어우 연기 머선일. 불판에 놓인 순서대로 좌측부터 생오리 로스구이 > 미나리 > 생오리 주물럭 > 대파김치+배추김치 입니다. 푸지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팅하며 사진으로 다시 보니 또 군침이 고이네요. 불판은 생각보다 화력이 좋아 함께 나온 감자와 양파도 빠르게 익혀버리니 올망졸망한 쌈채소에 로스구이를 싸서 먹다보면 곧 주물럭 먹을 타이밍이 도래한답니다. 아, 그리고 저기 불판 끄트머리에 (다들 질문하시는 것 같아서 살짝 알려드리면) 주먹밥이 껴있거든요? 그건 아까운 오리기름 다 떨어지지 말라고 막아둔 거라고 하네요. 센스있죠?

 

 

 

 

 

 

요건 센스있는 초대자가 네이버 예약을 진행해둬서 서비스로 나온 살얼음 막국수입니다. 요거 본품으로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한그릇씩 푸짐하게 챙겨주셔서 맛깔나게 먹었습니다. 오리고기가 몸에는 제일 좋다고들 해도, 계속 고기만 먹다보면 니글니글할 때 있잖아요. 그 때 막국수 국물과 함께 촤라락 들이키면 다시 리셋이 됩니다. 

 

 

 

 

 

 

입 축이고 남은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 후에, 요렇게 고소한 로스구이를 한 점 얹어서 호로로로로로로로로록 먹습니다. 짱 맛있네요!

 

 

 

 

 

 

고기를 한 판 더 추가한 후에도 이만 자리를 무르기엔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우리는 꽁보리 볶음밥도 주문했습니다. 반숙으로 노릇하게 얹어진 계란이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오리고기를 먹는데 볶음밥을 먹지 않는 건 배신입니다... 건강에 좋은(그렇게 철썩같이 믿는) 오리 기름을 마지막 한 줌까지 즐길 수 있는 메뉴는 볶음밥 뿐이라구요!

 

 

 

 

 

 

담뿍 담겨나온 미나리를 보니 떠오른 다른 메뉴가 있어 살포시 얹어봅니다. 요즘 MZ들이 미나리를 그렇게들 좋아한다고. 고수와 미나리가 함께 찍힌 영롱한 자태가 아름다운 이 곳은 돈남아 문래점입니다. 

 

 

🚩 돈남아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1가 71-2)

 

 

 

 

이름에서 풍겨지는 '동남아'는 착각이 아닙니다. 실내마저 동남아로 출국하는 컨셉으로 꾸며져 있어요. 생대패삼겹살을 미나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이 곳도 며칠 전 다른 송별회를 위해 찾았던 곳입니다. 잠시 주인공을 바꿔, 이 곳의 후기 사진도 함께 감상하시죠.

 

 

 

 

 

 

생대패삼겹살을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많았던 이 자리는 아주 얇지도, 아주 두껍지도 않은 삼겹살에 미나리와 파채, 그리고 추가로 주문이 가능한 고수를 곁들여 즐길 수 있는 문래 맛집이었습니다. 원래 대패 삼겹살 먹을 때 베이컨만큼 빠싹 구워먹는 경우 많잖아요. 돈남아의 고기는 그렇게 많이 익히지 않아도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답니다. 

 

 

 

요렇게 한입 와앙 싸 먹으면 JMTGR!

 

 

자, 다시 익명의 치코리타님의 송별회로 돌아갑니다. 사실 이 송별회는 첫번째가 아니었는데요. 퇴사가 확정되며 대표님이 만드신 자리가 첫번째, 그녀의 팀메이트들과 올망졸망 함께한 자리가 두번째, 그리고 지금 포스팅에 업데이트되는 자리가 세번째 마지막이예요. 그래서 제가, 어짜피 포스팅도 점점 두메산골로 빠지는데 그 날의 인증샷도 구해왔습니다. 

 

 

 

 

 

첫번째 송별회에서는 대표님이 아웃백에서 스테이크 사주셨다고 들었구요. 손이랑 비교하니 진짜 왕 크네요ㅋㅋ

 

 

 

 

 

두번째 송별회에서는 영등포시장에서 조개찜을 먹었다고 합니다. 와... 이 날씨에 조개찜 진짜 메뉴 선택 탁월한데요? 싱싱한 가리비, 전복, 백합이 가득가득 담겨나와 몸보신하기에도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와 톰과 제리처럼 아웅다웅하던 익명의 마자용님이 준비한 케이크가 히로인이었어요. 사진으로 함께하시죠.

 

 

'백수 조아' 텍스트가 부럽다 왜지? OO대리님, To do 리스트 잘 지키고 있죠?

 

 

 

송별회만 3번이라니 그녀가 얼마나 많은 사랑과 애정을 받았는지,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자, 다시 지난 금요일로 돌아갑니다. 익명의 치코리타님의 퇴사를 아쉬워하며 하나둘씩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귀염뽀짝한 케이크를 불어주기 위해 저희는 자리를 2차로 옮겼습니다. 마침 제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라도 준비할까 했었는데 MBTI 마지막이 대문자 J임이 분명한 익명의 단데기님이 미리 준비를 해뒀더라구요! 동네에 정말 맛있는 케이크 가게가 있는데 레터링도 가능하다고 해 며칠 전부터 주문을 해뒀었대요. 기대하시라, 앞선 빵빵이 케이크보다 훨씬 질척거리는 멘트로 준비했습니다.

 

 

 

🚩 동남옥탑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2가 20-3 2층)

 

 

 

 

사장님, 호옥시... god - 거짓말 틀어주실 수 있나요?
여기 이 분이 오늘 마지막 출근이었거든요.

 

 

 

케이크에 잘가(가지마)라고 적혀있어서 사장님께 조심스레 요청했습니다. 스크린에는 영화 <어바웃 타임>이 무성으로 재생되고 있었고 BGM은 8-90년대 인기가요가 분명했거든요. 사장님이 흔쾌히 이 곡이 끝나면 틀어주겠다고 하셔서, 자 저희가 어떻게 했게요? 어쩌긴 뭘 어째요. 노래 후렴 나오는 부분에서 다같이 얼싸안고 노래 부른거죠 뭐. 

 

잘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근데 신기하게, 이 노래가 나오자 저희가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다른 테이블에서도 흔들흔들 따라 부르시더라구요ㅋㅋ 감사했습니다. 왠지 '가지마~'랑 '떠나지마~' 피쳐링 부분을 더 강하게 부르면서 치코리타님과의 작별을 많이도 아쉬워했네요. 3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다보니 아쉬운 건 없는지 물었더니 '워크샵을 한 번 더 갈 수 있을 줄 알았다'라고 해,  제가  주제넘지만 '다음 워크샵 때 철판 깔고 와요! 함께 해요!'라고 얘기하기도 했네요. 치코리타님의 웃음은 뭔가... '내가 절대 그럴 리 없지!'라는 뉘앙스가 강했지만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리저리 '럭셔리 워크샵'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저도 되려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 언젠가 또 날 좋을 때 만나자는 헛된 약속을 보탠 말이었네요.

 

익명의 치코리타님이 떠난 자리는 아주 헛헛하고도 고요하지만, 삼아인터내셔날을 떠난 그녀가 새로운 꿈과 목표를 찾아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소망합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이 더욱 새롭고 의미있는 시간이었기에 삼아의 품을 떠나는 뒷모습에 축복의 박수를 남길 수 밖에 없었네요. 지난 결혼식 때도 그렇고, 우리 단체로 남긴 사진 한장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저를 위해 인생네컷도 함께 해보았습니다. 

 

 

 

얼굴 몰아주기 하자니까 아무도 안해서 블러로도 안가려지네 으이구

 

 

이쁘고 해맑았던 OO대리님, 대리님은 항상 꼼꼼하고 영민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잘 해낼 거예요. 그간 회사에 몸 담으며 쏟아줬던 열정과 에너지 모두 고맙고 혹시나 제가 살뜰히 챙기지 못한 부분에 서운했다면 그건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주길 바랄게요. 우선 푹 쉬고 재충전하며 다시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내 훨훨 날아오르는 날이 얼른 다가오길! 멀리서도 대리님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더 좋은 포스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